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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운’ 하고 있나요?

‘오하운’은 ‘오늘 하루 운동’의 줄임말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책 <트렌드 코리아 2021>을
통해 제시한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10개 중 하나로 운동의 일상화를 의미한다. MZ세대가 자주 사용하는
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을 보면 #오하운, #오하운챌린지, #오하운_오늘하루운동, #오하운프로젝트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끝없이 올라온다.

글. 서정민 기자(중앙선데이)

요즘 젊은 세대 트렌드 ‘오하운’

지금처럼 봄이 시작될 무렵이면 많은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겠다”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고 만다. 덜컥 끊어버린 피트니스클럽 1년 회원권이 무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운동을 직업으로 삼은 이들이 아닌 이상 꾸준히 운동하기란 쉽지 않다. 오늘 해야 할 운동은 갑자기 잡힌 약속, 야근, 집안일보다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기 때문이다.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현상을 대표하는 말이 요즘 MZ세대가 열중하고 있는 ‘오하운’ 트렌드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Millenial Generation)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로, 이른바 ‘요즘 젊은 세대’라 일컫는 2030세대를 말한다.오하운의 확산세는 새로운 소비자를 찾기 위해 골몰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방향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레깅스를 판매하는 브랜드들의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급격한 증가 추세다.
‘구호’ 같은 하이패션 여성 브랜드에서도 레깅스를 출시할 만큼 관심 갖는 브랜드도 늘었다.
필라테스·요가 등 실내 운동복으로만 입던 레깅스를 외출복이나 등산 등 야외활동 시에도 착용할 만큼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레깅스를 입는 남성도 증가했다. 레깅스가 대표 상품인 브랜드 ‘룰루레몬’은 2023년 말까지 남성복 라인을 2배 확장하겠다고 밝혔고, ‘안다르’는 지난해부터 남성용 레깅스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2030 남녀는 ‘운동’에 빠졌다.

자기만족, 페어플레이로 얻는 ‘소확행’

젊은 세대의 ‘오하운’ 트렌드는 단지 코로나19로 증폭된 건강 불안증 해소와 면역력 강화 때문에 생긴 현상만은 아니다. 새로운 경험과 차별화된 재미를 찾는 MZ세대가 경제 불황, 취업난, 집콕 생활 등에서 오는 무기력감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각종 파생어를 낳고 있는 유행어 ‘○린이’들은 남녀 불문하고 대부분 몸을 움직이는 운동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린이’는 ‘어린이’에서 따온 말로, 해당 분야의 초보를 뜻한다. 2월 22일 기준으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검색한 결과 헬린이(헬스 하는 린이·169만), 골린이(골프·21만), 산린이(산 오르기·3만5,000), 자린이(자전거·6만3,000), 등린이(등산·9만1,000), 수린이(수영·2만8,000),바린이(바이크·2만), 필린이(필라테스·3만4,000), 폴린이(폴댄스·4만), 클린이(클라이밍·1만1,000), 프린이(프리다이빙·1만) 등이 집계됐다. 그만큼 지난 한 해 동안 MZ세대가 각종 운동에 입문했다는 얘기다. 헬스(피트니스클럽), 등산, 자전거, 수영 외 운동 종류도 훨씬 다양해졌다. 과거에도 젊은 세대가 운동을 등한시한 건 아니다.
다만 그 목적과 과정이 지금과는 다르다. 예전에는 특정 시기에 몰아서 극단적 다이어트와 병행해 ‘식스팩’, ‘S라인’을 갖는 게 목적이었다면 요즘은 일상에서의 ‘자기만족’으로 그 목적이 바뀌었다. 지난해 ‘운동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개그우먼 김민경이 대표적이다. “저는 더 맛있게 건강하게 먹기 위해 운동합니다”라는 그녀의 한마디에 많은 사람이 ‘나도 김민경처럼 운동을 시작해야지’라고 결심했다. 규칙적인 자기 관리를 통해 내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나를 더 만족시키기 위한, 즉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한 준비다.
건강한 사고는 건강한 육체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몸을 성실하게 움직여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더디지만 확실한 목표에 달성해 만족감을 얻기에 운동만큼 좋은 것이 없다. 사회와 기성세대가 보여주는 불공정한 경쟁에 실망하고 지친 젊은이들이 자신 혹은 타인과의 싸움에서 ‘페어플레이 했다’고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또한 운동의 미덕이다.

운동을 놀이처럼 즐기며 얻는 ‘컨셉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밝은 동시에 독특한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언택트 시대에 걸맞게 타인과의 ‘관계’도 랜선 라이프로 즐긴다. 이들이 운동을 하면서 잊지 않는 게 바로 ‘인증’이다. 어디서 어떤 운동을 즐기든 자신의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게 그들만의 룰이자 놀이다. 이는 그들이 자기만족을 표현하는 동시에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이다.
이른바 ‘컨셉친’을 사귈 수 있다.
‘컨셉친(Concept+親)’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행한 책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에서 제시한 5개의 키워드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선 MZ세대가 나와 성향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콘텐츠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 속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놀이처럼 즐긴다는 의미다. 해시태그와 함께 랜선으로 확산된 인증 샷과 글들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끼리 소통하게 하고, 이들은 그룹을 형성해 새로운 도전 과제를 만들어 즐긴다. 마스크를 쓰고 직접 오프라인에서 모여 함께 운동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 스포츠 또는 레저용품 브랜드들이 소규모로 동호인 이벤트를 열어 걷고 뛰며 인문학, 도시건축, 도시개발 등을 주제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경우도 흔하다.

이 과정에서 MZ세대는 자신들만의 또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개념 있는 가치 추구와 선한 영향력이다.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표현하되,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끌어내기.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대표적이다. 플로깅(plogging)이란 스웨덴어의 줍다(plocka upp)와 영어의 달리기(jogging)를 합성한 신조어로, 걷거나 뛰면서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스웨덴에서 환경운동으로 처음 시작됐는데 한국에선 ‘줍깅’이라는 말로 유행하고 있다.
줍깅은 젊은 층에서 건강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의식 있는 캠페인으로 인기가 높다. 실제로 마니아들이 꼽는 줍깅의 장점 중 하나가 스쿼트 효과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다리를 굽혔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 스쿼트를 했을 때와 비슷한 근력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진지하지만 가볍게, 소규모로 또는 혼자서도 캠페인을 진행하며 지구 환경을 위한 가치 추구와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지자불여호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호지자불여락지자(好之者不如樂之者).
공자의 말씀이다. ‘어떤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운동을 즐기는 습관, 오늘도 ‘오하운’하고 있나요?

글. 서정민
중앙컬처 & 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사람과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으며,
<중앙일보>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