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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비트코인을 쳐다보고 있다
세상을 바꿀 기술인가, 투기 광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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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뉴턴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과학사뿐 아니라 금융사에도 자주 등장한다.
과학사에서 가장 빛나는 천재로 등재된 그는 금융사에서는 철저하게 실패한 투자자로 등장한다.
뉴턴은 남해회사라는 무역회사 주식을 샀다. 주가 버블을 이야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회사다.
결론적으로 뉴턴은 이 회사에 전 재산을 투자했고, 그 돈을 모두 잃었다. 무섭게 치솟는 주가 앞에서
뉴턴은 이성을 잃고 어리석은 방식으로 투자를 했다.
만약 뉴턴이 지금 비트코인 광풍을 보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 나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글. 조성준 기자(매일경제)

투기 광풍의 역사

우리가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고 끊임없이 과거 사건을 재조명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거기에는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 역사에서 비트코인 광풍과 비슷한 사례는 몇 번이나 있었다. 대표적 사건이 튤립 파동이다. 17세기 네덜란드는 유럽의 상업 중심지였다. 막대한 자본이 네덜란드로 쏟아져 들어왔다. 자본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았다. 그렇게 선택받은 것이 튤립이다. 부유층은 희귀종 튤립을 모으기 시작했다. 튤립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부의 척도가 됐다. 서민들도 튤립을 사 모았다. 희귀종을 잘만 키우면 수십 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네덜란드 전역에 튤립 광풍이 불었다. 튤립 구근 하나의 가격이 한 달 동안 수천%씩 올랐다. 마치 비트코인처럼 말이다.
어느 순간 공급이 수요를 역전했다. 그와 동시에 튤립 가격이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튤립 가격은 순식간에 최고점 대비 99%까지 하락했다. 탐욕과 환호로 가득하던 네덜란드는 한순간 조용해졌다. 거품은 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비트코인은 어떨까. 현재 이 원고를 쓰는 시점(4월 말)을 기준으로 보면 가상화폐 시세는 폭락 중이다. 하지만 원고가 지면에 실려 독자들이 읽을 때쯤 비트코인 시세가 지금보다 더 아래일지, 위일지는 예측 불가능하다. 광기는 계산할 수 없는 법이다.

비트코인은 다른 투기 광풍과 다를까

비트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때문이다. 비트코인이란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온라인 암호화폐다.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 기술 중 하나다. 이 기술은 한두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개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을 요약하자면 ‘탈중앙화 전자 장부’다.
예컨대, 지방에 있는 부모님에게 용돈 드리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부모님 계좌로 돈을 송금한다. 이 경우 자식과 부모 사이에 은행이 중재자 역할을 한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 현금을 건네는 경우는 어떤가. 그 현금도 어쨌든 중앙은행에서 찍어낸 종이다. 중앙은행은 언제든지 현금을 통제할 수 있다. 금리를 조율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현금을 더 뿌리거나 혹은 거둘 수 있다.
비트코인은 은행, 국가라는 중간 매개체를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여기에는 어떤 제약도 없다. 국경도 환율도 장애물이 아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비트코인만 가지고 있어도 우리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꿈꾸는 궁극적 미래다. ‘100% 투기 대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튤립과 비교하면 비트코인은 분명히 매력적인 기술력과 청사진이 존재하는 자산이기는 하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벽

블록체인 자체는 유망한 기술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소고기 사육, 도축, 유통 정보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 가상화폐에 뛰어든 투자자는 블록체인 기술에 매력을 느껴 자신의 돈을 투자한 것일까? 대부분 금세 부자가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코인 시장에 입성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술력이 입증되지 않은소규모 코인에 이렇게 많은 돈이 몰릴 수 없다. 도지코인이 대표적이다. 이 코인은 태생부터가 장난이다. 비트코인 광풍을 풍자하기 위해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개발자가 시바견을 마스코트로 내세워 뚝딱 만든 가상화폐다. 그런데 도지코인은 올해 초와 비교해 8,000% 이상 시세가 오를 정도로 광풍을 일으켰다. 이 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 역시 도지코인이 대단한 기술력을 지닌 가상화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다만, 돈을 빨리 벌고 싶은 유혹 때문에 개 모양의 얼굴을 한 자산에 자신의 소중한 돈을 거는 것이다.
또한 비트코인의 가장 큰 적이 미국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이 전 세계 최강국인 이유는 달러가 어디서든 통용되는 기축통화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이 달러의 위상에 도전하는 혁명가다. 그래서 미국은 이 혁명가의 숨통을 끊기 위해 징벌적 세금을 물릴 준비를 하고 있다. 결국 비트코인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벽과 맞서야 한다. 승자는 누구일까.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실패한 혁명의 대가는 매우 큰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