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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산책 Ⅱ

‘우두커니’

삶을 마주하는
웹툰의 위로

웹툰작가 심흥아, 우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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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지치고 힘든 날이면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싶다. 그럴 때면 심우도의 웹툰을 보자. 거친 세상살이를 나와 똑같이 해내고 있는 주인공에게 말 못할 고마움과 위로를 느끼게 된다.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로 큰 울림을 주는 웹툰작가 심흥아, 우영민을 만났다.

글. 조수빈 사진. 한정현

Says

“주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내는 이유도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오히려 독자들이 ‘감사해요’ ‘위로받았어요’라고 하는 걸 보면 응원이 필요한 분들이 많나 봐요. ‘웹툰’은 위로를 건네는 심우도만의 방식인 것 같아요.”

가장 힘든 순간을 기록하다

웹툰작가 심우도는 이야기를 만드는 심흥아 작가와 그림을 그리는 우영민 작가의 팀 이름이다. 이들은 하나의 웹툰을 만드는 팀인 동시에 함께 사는 부부다. 막내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심흥아 작가는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을 알기에 어른이 된 후에도 자연스레 아버지를 모시고 싶었다.
남편 우 작가도 그런 아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기꺼이 두 사람은 아버지를 모시고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연세가 많으니 건강을 잘 챙겨 드려야겠다는 생각은 늘 해 왔어요. 어르신들에게는 암이나 심장 질환이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아버지에게 치매가 오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어요.”
아버지가 치매 판정을 받고 치매 환자의 보호자로 생활한 지 3개월이 되던 때에 문득 ‘이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했고요. 사실 치매 환자와 산다는 것이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매 순간 시련과 고비가 찾아오는 건 아니거든요. 평범하게 흘러가는 나날도 많은데, 그런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심 작가의 의견에 우 작가는 걱정이 앞섰다. “좋은 이야기가 될 것 같았지만 정작 심흥아 작가에게는 힘든 과정이 될 것 같았어요. 지친 감정을 되짚고 곱씹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큰 의미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에 웹툰을 연재하기로 마음먹었다. 웹툰 <우두커니>가 세상에 나오게 된 순간이었다.

사실 치매 환자와 산다는 것이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매 순간 시련과 고비가 찾아오는 건
아니거든요. 평범하게 흘러가는 나날도 많은데,
그런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

우영민 작가의 말처럼 힘든 순간도 많았다. 심 작가의 아버지에게 찾아온 건 이른바 ‘나쁜 치매’였다. 아버지는 폭력과 폭언, 의심이 심했고 소리 지르는 일도 많았다. 치매 환자를 돌볼 때는 보호자의 마인드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감정이 상할 때면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게다가 웹툰에서처럼 심흥아 작가는 실제로 연재를 앞두고 임신을 하게 되었다. 한 가지 차이라면 웹툰 속 ‘승아’는 이야기 말미에 임신을 했지만, 사실 심 작가는 <우두커니> 연재를 시작하기 전, 한참 기획 단계에 들어섰을 때 아이를 갖게 되었다. 아버지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져만 갔고, 임신 초기 입덧도 심 작가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주던 언니와 어머니, 한 배에 올라타 묵묵히 모든 과정을 함께 헤쳐 나간 남편 우 작가, 댓글로 응원해 주던 독자들 덕분이었다.
“사실은 스스로 위로가 필요해 시작한 이야기였어요. 주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내는 이유도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오히려 독자들이 ‘감사해요’ ‘위로받았어요’라고 하는 걸 보면 응원이 필요한 분들이 많나 봐요. ‘웹툰’은 위로를 건네는 심우도만의 방식인 것 같아요.”
‘외국에 살고 있는데, 부모님 생각이 나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어요’ ‘엄마와 싸웠는데 전화 드려서 사과했어요’ <우두커니>의 댓글 창에는 저마다의 고백과 반성 그리고 뉘우침이 이어진다. 같은 처지에 놓인 치매 환자 가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또 다른 독자가 나서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그만큼 심우도의 웹툰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우리를 향한 응원도 물론 힘이 되지만, 서로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져요. 댓글을 보면 ‘우리만 힘든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힘이 나요.” 심흥아 작가의 말에 우영민 작가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편적이지만, 가장 필요한 이야기

심우도의 웹툰은 평범한 이야기임에도 특이하다고 평가를 받는다. 웹툰 세계에는 화려한 그림체로 시선을 사로잡거나, 남다른 상상력으로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마이너한 장르라고 표현했다. 뚝심 있게 일상 속 빛나는 순간을 포착해 온 이들의 메시지가 지난 2020년 큰 열매를 맺었다. 2020년 부천만화대상의 영예를 안게 된 것. 평가에는 인기투표 비율이 30%나 차지했기에 더욱 값진 결실이었다.
“이제껏 웹툰계에서 심우도의 만화는 비주류였어요. 음악에 비유하면 인디였죠. 그런데 우리의 이야기에 독자들이 공감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남달라요.”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서 영화관에 가야하고, 독서를 하기 위핸 마음먹고 책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웹툰은 짬 나는 시간에 휴대전화 앱만 켜면 간단하게 한 편을 볼 수 있다. “만화는 쉬워서 좋아요. 요즘은 ‘글’ 자체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 많잖아요. 설명 없이 ‘그림’만 있는 경우에도 이해하기가 어렵죠. 그런데 만화는 술술 읽혀요. 짧은 시간을 투자해 우리 이야기를 읽어 주는 독자분들에게 마음에 남는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어요.”
최근 아들과의 하루를 담은 육아 웹툰 <나의 꼬마 선생님> 연재를 마친 심우도는 앞으로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재미있고 쉽게 읽는 만화를 그리고 싶단다. 차기작을 위해 다시 일상의 레이더를 켜는 심우도.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사람의 표정에 따스함이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