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메뉴버튼 퀵메뉴버튼 최상단으로 가기

그곳에 가면

춘향의 고장

사랑의 1번지

남원

그곳에 가면

춘향의 고장

사랑의 1번지

남원

남원은 오랜 세월과 역사를 품고 있기에, 그곳으로의 여행은 시간 여행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남원의 풍경과 예술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춘향이와 몽룡이가 사랑을 나누던 곳에서는 여전히 연인들의 사랑스런 웃음이 가득했고, 국악 한 가락이 뻗어 나오던 곳에서는 여전히 명창의 힘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영원한 예술의 도시, 남원으로 향한다.

글. 백승훈 시인 사진. 조찬경

사과 냄새가 시고 향기롭게, 그러나 서글프게 섞여 있는 시월의 햇발을 받고 앉아,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여러 가지가 고맙기만 합니다. 나는 아직, 뜻대로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학교에는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책도 보고, 바깥도 내다보고 하면서 지내고 있지요. 요즘은 전보다 한결 좋아져서 이만하면 ‘일’을 시작할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때때로 가만히 앉아 있으면 혈관 속에서 물소리가 들립니다. 아주 오랜만에 평화를 느낍니다.

1980년 최명희 작가가 김병종 화가에게 쓴 편지의 일부

광한루원

낭만 가득한 풍경 아래 싹 튼 사랑

『춘향전』의 배경지인 전라북도 남원은 예로부터 하늘이 고을을 정해 준 땅이자, 기름진 땅이 백 리에 걸쳐 있는 드넓고 풍요로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의 서남부 내륙, 소백산맥 서사면의 넓은 분지에 자리한 남원은 ‘어머니의 산’ 지리산을 배경으로 북동 - 남서 방향으로 흐르는 요천(蓼川)과 천변을 따라 춘향의 사랑 노래를 담고 있는 광한루, 김병종 화가의 미술관 등 빼어난 자연 경관뿐만 아니라 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고전과 사랑 이야기, 볼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흔히 풍토가 예술을 낳는다고 한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고 있는 남원의 정겹고 아기자기한 자연과 풍토는 위대한 예술을 태동시킨 모태가 되기에 충분하다. 춘향의 고장, 남원 여행의 1번지는 광한루원이다. 『춘향전』에서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성춘향의 인연이 시작된 광한루는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더불어 국내 4대 누각으로 꼽힌다. 『춘향전』은 판소리는 물론 수많은 창극과 신소설, 현대소설, 연극, 영화로 만들어졌다. 한국의 정원을 대표할 만큼 독특한 조경지로 평가받는 광한루원은 누각인 광한루를 비롯하여 연못과 못 한가운데 조성된 세 개의 섬, 오작교 등으로 이뤄져 있다.
광한루는 조선시대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이 남원으로 유배되어 누각을 짓고 광통루라 부르던 것을 1444년 전라도 관찰사 정인지가 이곳을 찾아 “달나라 궁궐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와 비슷하구나.”라고 감탄했다 하여 이후 광한루라 불리게 됐다. 조선의 성리학적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 있는 광한루는 안타깝게도 정유재란 당시 완전히 소실되었다. 현재의 광한루는 인조 때인 1639년 새로 지은 것이다. 광한루는 낮에도 운치가 있지만, 특히 은은한 불빛이 건물을 비추는 밤이 더 아름답다. 땅거미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면 삼신산의 방장정과 그 너머 대숲까지 조명이 들어와 물과 나무 누각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만든다. 광한루에서 좀 더 색다른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인근에 자리한 화인당에서 한복 디자이너 김혜순 명장이 디자인한 한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어도 좋다.

혼불문학관

안숙선 명창의 여정

여전히 애틋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남원은 춘향의 고향인가 하면 『혼불』의 고장이기도 하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이 남원 ‘매안 이씨’ 집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혼불』은 작가 최명희가 만 17년 동안 집필한 작품으로 조선시대의 봉건 문화 속에서 대를 이어가는 종가의 모습과 신분 해방을 꿈꾸는 하층민 간 갈등 및 애환을 다룬 대하소설이다. 2004년 10월 20일 개관한 혼불문학관은 『혼불』의 배경이 되는 전라북도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노봉마을에 있다. 마을 입구에는 ‘꽃심을 지닌 땅’ ‘아소님하’를 새긴 한 쌍의 장승이 나란히 세워져 있으며 마을 안에는 양반집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종갓집을 복원하여 소설 속 느낌과 정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문학관 내부에는 소설 속 장면이 디오라마로 전시돼 있고 작가의 집필실도 재현돼 있다. 작품의 무대인 노봉마을에는 소설 속의 종가, 노봉서원, 청호저수지, 새암바위, 달맞이동산 등 마을 주변이 그대로 살아 있다. 혼불문학관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옛 서도역이 있다. 이곳 역시 『혼불』의 무대가 된 곳이다. 서도역은 원래 논바닥이었는데 전라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철도역이 됐다.
서도역은 1932년 개통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역사(驛舍)이기도 하다. 드라마 tvN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인기를 얻으면서 옛 철길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려는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도역사는 나무로 만들어져 다른 폐 역사보다 더 애틋한 느낌을 준다. 오래된 철길의 양옆으로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서도역

남원의 모든 길은 예술을 향한다

동편제의 탯자리이자 판소리 일곱 마당 중 춘향가, 흥보가, 변강쇠타령의 배경지이기도 한 남원에서는 불어오는 바람마저 소리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남원 산동면에서 태어난 안숙선 명창은 영원한 춘향이자 우리 시대 최고의 소리꾼, 국악계의 프리마돈나로 불리며 세계에 우리 음악을 알렸다. 덕분에 현재 국악계의 인물 중 대중성과 음악성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존경과 영향력 등을 모두 갖춘 최고의 예인이자 대명창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원예촌에 안숙선 명창의 정신을 담은 <안숙선 명창의 여정>이라는 전시관이 2020년 문을 열었다. 전시관에서는 안숙선 명창의 소리 인생의 기록인 공연 의상, 악기, 소품, 작품 대본·사설집 등을 통해 오랜 기간 소리꾼으로 살아온 명창의 흔적을 엿볼 수 있고, ‘홀로그램으로 만나는 명창’ ‘판소리 영혼을 울리다’라는 코너를 통해 안숙선 명창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남원 춘향테마파크 내에 위치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2018년 3월 2일에 개관했다. 남원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립미술관으로 『화첩기행』으로 유명한 남원 출신의 동양화가 김병종이 기증한 작품을 바탕으로 건립됐다. 처음엔100점만 기증하려 했던 것이 나중엔 작품 450점과 인문·예술 서적 5천여 점으로 늘어났다.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미술관은 기하학적 디자인과 계단식으로 내려오는 물의 정원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김병종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순서대로 관람할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다 다리가 아프면 미술관 안에 있는 북카페 ‘미안커피’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가 기증한 책을 읽거나 미술관 뒤편 숲에서 자연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외에도 지리산 둘레길 따라 걸으며 지리산 자락의 수려한 풍광과 마을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남원 여행의 또 다른 멋이다. 보석 같은 비경을 품고 있는 남원 지리산 둘레길 구간은 1코스 주천 - 운봉(14.7km, 6시간), 2코스 운봉 - 인월(9.9km, 4시간), 3코스 인월 - 금계(20.5km, 8시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구룡폭포 순환길(11.8km)은 명창 안숙선이 어릴 적 소리하던 육모정과 남원 8경 중 제1경인 구룡폭포가 있고 폭포 아래엔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용소가 있다.
일찍이 소설 『지리산』의 저자 이병주는 “세상사 햇볕에 그을리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라고 말했다. 판소리와 문학 등 수많은 예술 작품을 잉태한 남원은 거리마다 문화의 향기로 가득하고, 발길 닿는 곳마다 선조들의 지혜와 얼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지리산의 정기를 담뿍 받은 남원 출신의 예술가들이 곳곳에 남겨 놓은 자취들은 세월을 두고 햇볕에 그을리고 달빛에 물들면, 때로는 찬란한 역사의 현장으로 때로는 신비한 신화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진제공.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동편제 마을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남원, 테마 따라 즐기기

춘향 코스
광한루원 → 춘향테마파크, 향토박물관 → 오리정 → 춘향버선밭

문학 코스
광한루원(『춘향전』) → 만복사지(『만복사저포기』) → 만인의총(『홍도전』 『최척전』) → 교룡산성 → 오리정(『춘향전』) → 혼불문학관(『혼불』) → 흥부마을(『흥부전』) → 백장암 쌈지공원(『변강쇠전』)

국악 코스
동편제 탯자리 → 국악의 성지 → 주천 육모정 → 동편제 거리 → 국립민속국악원